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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부라(덴푸라)' 아직도 일본말로 알고 계시나요?

AJ TED 2025. 4.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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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리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덴부라(덴푸라)! 바삭한 튀김옷에 갓 튀겨낸 새우, 고구마, 가지가 담긴 덴부라 정식은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죠. 그런데 이 덴부라라는 이름, 알고 보면 일본 요리 같지 않은 흥미로운 기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덴부라, 일본 요리 아닌 외국에서 온 음식?

덴부라는 새우, 야채, 생선 등을 밀가루와 계란으로 만든 반죽에 묻혀 기름에 튀겨내는 일본의 전통 튀김 요리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요리는 16세기 포르투갈 선교사들로부터 시작되었어요. 당시 포르투갈은 동방무역을 주도하며 일본과 활발히 교류했는데, 선교사들이 자신들의 음식 문화를 전파하며 튀김 요리를 소개한 거죠. 이게 바로 덴부라의 시초!

그렇다면 ‘덴부라’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요? 일본어로 한자 표기는 天ぷら(천부라) 또는 天麩羅, 天婦羅인데, 이 한자들은 음을 빌려온 것일 뿐 뜻과는 무관해요. 진짜 어원은 포르투갈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어원 1: 금육일과 튀김의 만남, ‘Têmpora’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덴부라가 포르투갈어 **Têmpora(템포라)**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입니다. ‘Têmpora’는 라틴어에서 ‘시간’이나 ‘계절’을 뜻하는 단어로, 가톨릭에서는 사계재일(四季齋日, Quatuor Tempora), 즉 금육일을 가리켰어요. 금육일은 고기를 먹지 않는 날로, 포르투갈 선교사들은 이 기간 동안 고기 대신 새우나 생선을 튀겨 먹곤 했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일본인 신자들이 선교사들에게 이 맛있는 튀김 요리의 이름을 물었을 때, 선교사들은 음식 이름이 아니라 금육일을 뜻하는 **‘Têmpora’**를 말했다는 거예요. 일본인들은 이를 음역해 ‘덴푸라’로 부르기 시작했고, 이 이름이 그대로 굳어졌다는 설입니다. 종교적 금식 기간이 일본의 국민 요리 이름으로 변신한 셈이죠!

어원 2: 양념과 요리의 기술, ‘Tempero’

또 다른 설은 포르투갈어 Tempero(템페로), 즉 ‘양념’이나 ‘조미료’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입니다. 또는 ‘양념하다’를 뜻하는 동사 Temperar의 3인칭 단수형인 **Tempera(템페라)**에서 왔다는 설도 있죠.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튀김 반죽을 만들며 재료를 ‘양념’하는 과정을 설명했을 때, 일본인들이 이 단어를 음식 이름으로 오해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설은 덴부라가 단순한 튀김이 아니라, 반죽의 맛과 기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어요. 실제로 덴부라는 차가운 물과 가벼운 반죽, 빠른 튀김 시간으로 바삭함을 유지하는데, 이런 섬세한 조리법이 ‘양념’의 개념과 연결될 수 있죠.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덴부라의 전설

덴부라 어원만큼이나 재미있는 건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관련된 에피소드예요. 에도막부의 초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덴부라를 무척 좋아했다고 해요. 특히 도미 튀김을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1616년 75세의 나이에 그가 덴부라를 과식한 후 복통으로 쓰러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과장해 “도쿠가와가 덴부라를 너무 먹고 급체로 사망했다”는 낭설을 퍼뜨렸지만, 실제 사인은 위암이었어요. 그래도 그의 덴부라 사랑은 워낙 유명해서, 창작물에서는 “덴부라 먹고 쓰러진 후 위암이 발견됐다”는 식으로 드라마틱하게 묘사되곤 하죠. 이 에피소드는 덴부라가 당시에도 얼마나 맛있고 인기 있는 음식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덴부라의 매력과 현대

덴부라는 단순한 튀김이 아니라, 일본 요리의 정교함을 보여주는 음식이에요.

  • 바삭함의 비밀: 차가운 반죽과 고온의 기름, 짧은 튀김 시간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요.
  • 다양한 재료: 새우, 오징어, 꽈리고추, 고구마 등 제철 재료로 풍미를 더하죠.
  • 문화적 위상: 과거 분식집 튀김 수준이었던 덴부라는 이제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서빙되며, 텐동(덴부라 덮밥)으로도 사랑받아요.

흥미롭게도, 덴부라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Tempura’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어요. 외국에서는 이를 ‘deep-fried vegetable’이라고 부르지 않고 일본어 그대로 사용하는데, 이는 덴부라의 독특한 스타일과 전통이 존중받기 때문입니다.

유익한 정보

  • 덴부라 맛집 추천: 전주에서는 ‘스시야마’나 ‘이자카야 하나’에서 정통 덴부라를 맛볼 수 있어요. 서울에서는 ‘긴자 바이린’이나 ‘덴푸라 우오토’가 유명하죠.
  • 집에서 덴부라 만들기: 차가운 물(얼음물)과 저온에서 보관한 밀가루로 반죽을 만들고, 180도 기름에서 빠르게 튀기세요. 반죽은 젓가락으로 살살 섞어 덩어리가 남도록 하는 게 포인트!
  • 덴부라 역사 더 알아보기: 나무위키(덴푸라)나 LIVE JAPAN 웹사이트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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